【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7일 오전 10시54분께 광주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변 인도에 강원 소방1항공대 소속 소방헬기가 추락해 기장 등 5명이 숨졌다. 2014.07.17 hgryu77@newsis.com |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세월호 수색 현장 지원을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헬기가 광주 도심에서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숨지고 주변에 서 있던 여고생이 파편에 맞아 다쳤다.
강원소방본부 소속 소방헬기와 탑승자들은 지난 14일부터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원하고 복귀하던 중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 사고 개요
17일 오전 10시54분께 광주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변 인도에 강원 소방1항공대 소속 소방헬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기장 정모(52) 소방경, 부기장 박모(50) 소방위, 정비사 안모(38) 소방장, 구조대원 신모(42) 소방교, 이모(31) 소방사 등 5명이 전원 사망했다.
또 사고 당시 버스 승강장에 있던 고등학교 3학년 박모(18)양이 헬기 폭발로 인한 화염 때문에 다리에 2도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 탑승자들은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진도군 팽목항 등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수색 지원 임무 중이었다.
이날도 오전 8시47분께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수색 지원 활동을 할 계획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투입되지 못했으며 오전 10시25분께 강원도소방본부에 울산소방본부 소방헬기와 교대하고 복귀하겠다고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귀 도중 광주 비행장에서 주유를 하고 이날 오전 10시49분께 다시 이륙한 소방헬기는 5분 뒤 광주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변 인도로 추락했다.
119와 경찰은 사고 당시 헬기에 기름이 가득 차 있었으며 이로 인해 큰 폭발이 일어나고 화염이 치솟아 탑승자들이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 사고 원인은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17일 오전 10시54분께 광주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변 인도에 소방헬기가 추락해 헬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등 5명 전원이 숨졌다. 사진은 사고 직후 헬기가 폭발해 불에 타고 있는 모습. 2014.07.17(사진=독자 제공) guggy@newsis.com |
사고 목격자들은 "헬기가 추락 직전까지 낮게 비행하다 사람이 없는 큰 도로변 옆으로 떨어졌다" "추락할 때 헬기가 낮게 비행하다 '팍팍팍팍'하는 소리와 함께 인적이 없는 곳으로 떨어져 폭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우선 사고 당시 광주지역에 장맛비가 내리고 있던 점으로 미뤄 기상악화로 인해 헬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방헬기가 추락한 이날 오전 10시∼11시 사이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에는 시간당 3.5㎜의 비가 내렸으며 바람은 초속 1.2m로 불었다.
돌풍이나 천둥·번개는 관측되지 않았지만 구름이 낮게 깔려 시야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광주기상청 측은 "시간당 강우량이 다소 많았던 점 이외에는 평상시 흐리고 비오는 날씨 수준"이라며 기상에 의한 사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방헬기가 광주공항에서 이륙한 지 5분만에 사고가 발생한 점을 놓고 저고도 비행 도중 장애물에 걸렸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추락 전부터 헬기에서 불이 났다면 기계 결함 또는 엔진에 새가 들어가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의 가능성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헬기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수거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 아파트·상가·학교 밀집…대형인명 사고는 피해
사고 현장은 아파트와 10m 거리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인근에는 학교가 몰려있고 상가와 공원까지 있었다.
특히 학교에서는 학생 수백 명이 수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차량 통행량이 많은 도로와 인접해 있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17일 오전 10시54분께 광주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변 인도에 소방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119와 경찰이 사고 현장에서 추가 인명 피해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2014.07.17 guggy@newsis.com |
사고를 목격한 박모(20·여)씨는 "시내버스 한 대가 승객을 태우고 지나가자마자 헬기가 추락했다. 지나갈 때 떨어졌으면 자칫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또 헬기가 추락하면서 떨어져 나간 잔해들이 50m 가량 떨어진 새마을금고와 식당 등 상가 3곳의 유리창을 산산조각 냈다.
한 시민은 "헬기가 학교나 아파트로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조종사 등이 모두 숨져 안타깝다"며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안부 전화까지 하고 있어 사고가 실감난다"고 이야기했다.
◇ 목격자들 "조종사가 가장 안전한 곳 찾은 듯"
소방헬기 추락 사건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조종사가 참사를 막기 위해 끝까지 조정간(스틱)을 놓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현장 인근에 사는 김모(53)씨는 "'두두두'하는 소리가 점차 굉음으로 변해 '무슨 일인가' 싶어 사무실 밖으로 나가봤더니 4∼5초 사이에 '꽝'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헬기가 추락 직전까지 낮게 비행하다 사람이 없는 큰 도로변 옆으로 떨어졌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종사가 탈출보다는 안전한 추락장소를 찾았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근 연립주택 건설현장 소장은 "25층 짜리 아파트 단지 중간을 지나서 건설현장 크레인을 피해 수직 대각선으로 낙하했는데 앞에는 아파트, 좌우측에는 학교가 있으니깐 조종사가 이를 보고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학교 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오동진 전남소방항공대장도 "기상여건 탓인지, 기체 결함 탓인지, 장애물에 걸린 것인지 알 수 없고 메인로더(rodder)와 체인로더가 어떤 상태였는지 파악해 봐야 하지만 2차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볼 때 조종사가 위험지역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추락 헬기는 인명구조용 '더핀'
사고 헬기는 유로콥터(Eurocopter)에서 생산된 인명 구조용 더핀(Dauphin) 기종으로 확인됐다.
이 기종은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회사인 유로콥터사(社)에서 생산된 중형헬기로 인명구조에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며 항공방제, 지휘, 정찰, 촬영 등에 주로 이용된다.
【광주=뉴시스】김민호 기자 = 광주도심 세월호 지원 소방헬기 추락사고 minho@newsis.com |
최대 14명까지 탑승 가능하며 1158ℓ의 연료를 싣고 3시간30분간 860㎞까지 운항할 수 있다.
기체 길이는 11.63m, 넓이 2.03m, 높이 3.81m이며 최대 900ℓ까지 담수할 수 있다.
임무장비로 자동비행장치(AFCS), 전자동엔진조종장비(DECU), 응급의료장비(EMS), 헬기탐색구조장비(SAR-DF), 비행기록장비(FDR/CVR), 화재진화장비(Belley Tank), 인명구조인양기(Rescue Hoist), 외부인원/화물인양기(Cargo hook) 등을 탑재하고 있다.
날렵한 생김새에 기동력이 탁월해 구조용으로는 적합하지만 강한 바람에는 약한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렸다.
현재 중앙119구조대가 2대를 운용 중에 있으며 대당 도입가격은 122여억원으로 알려졌다.
◇ 8개월만에 도심서 또 다시 헬기 사고
도심에서 헬기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민간 헬기가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숨진 지 8개월만이다.
지난해 5월9일에는 경북 안동시 임하댐에서 산림청 소속 헬기가 불을 끄고 복귀하던 중 추락해 기장과 부기장이 숨졌다.
지난 2011년 5월5일에는 강원도 강릉시 소금강 계곡 인근에서 산림청 소속 헬기가 떨어져 2명이 숨졌으며 2010년 4월15일 전남 진도군 동남쪽 14.5㎞ 해상에서는 해군 제3함대 소속 링스헬기가 추락해 4명이 숨졌다.
2009년 11월23일에는 전남 영암에서 산림항공본부 영암관리소 소속 러시아제 '까모프'(KA-32T) 헬기가 비행 교육 중 추락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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